유럽 크루즈 시즌으로는 조금 이른 2월쯤 크루즈를 다녀왔다.
보통 겨울은 유럽 크루즈의 비수기이다. 많은 유럽 크루즈 배들이 겨울동안은 따뜻한 지구 반대편 남미쪽에 가서 항해를 하다가, 봄이 되면 대륙을 건너 유럽으로 넘어온다.
보통 동지중해 크루즈는 봄 시즌부터 시작하고, 서지중해 크루즈는 겨울에도 꽤 배가 있다.
부모님의 기념일 맞아 (부모님의 버킷 리스트는 아닌 내 버킷리스트인 ㅎㅎ) 크루즈 여행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멤버는 아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부모님. 그렇게 두개 방을 잡았다.
MSC Cruise
MSC 선사는 Royal Caribbean, Carnival, P&O, Costa 등과 함께 대형 선박을 운행하는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중 하나다.
24년 기준 글로벌 마켓 쉐어는 8.5% 정도를 갖고 있는, 세계 3-4위 정도 규모의 선사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기준으로는 1. Carnival 2. Royal Caribbean 3. MSC
(참조: cruise marketshare)
참고로, 크루즈에서 주목받는 건 화려한 시설과 대형 선박이지만, 초대형 선박의 크루즈는 보통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고급 크루즈는 오히려 소형 선박과 customize된, private한 서비스라고 한다. 근데 그런 "고급" 배 보니까 뭐 쪼그만 수영장 하나 있고 영 재미 없어 보이던데.. 나는 초대형 수영장!!! 항공모함만한 초대형 배!!!!!! 이런게 타고 싶었다고..
(10년도 전에 베네치아 여행 가서 처음 봤던 크루즈. 멀리서 보고 초대형 빌딩이 서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배였다. 그 이후로 크루즈 여행을 해보는건 계속 내 꿈이었다)
MSC Grandiosa 그랜디오사
초대형을 경험하고 싶은 바람을 충족시켜준 MSC Grandiosa.
메인 갤러리
명품샵 및 레스토랑 등이 있는 갤러리. 천장은 LED 돔으로 되어 있어 계속 숲속, 바닷속, 하늘 같은 아름다운 영상이 나온다.
대극장
매일 저녁마다 마술, 뮤지컬, 오페라 등의 공연을 하는 대극장.
놀이시설
배 안에 풀사이즈 볼링장이?
미니 워터파크가?
풀코트 농구장이?
아무튼 엄청난 규모다. 배 구경하는데만 한나절이다.
수영장
수영장도 실내 수영장, 야외 수영장, 수영장만 전체 덱에 걸쳐 한 최소 4개는 되는 것 같다.
따뜻한 자쿠지 풀도 4-5개는 되는 것 같고.
항해중에는 파도가 쫌 있는 날은 수영장 물이 파도풀처럼 출렁~출렁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파도가 많이 심해지니까 안전상 수영장을 잠시 닫았다.
7박8일 항해 루트
지금 내가 탔던 때 일정을 확인할 수 없어서 일정을 확인하니, 조금 바뀌었다.
중간에 이비자와 발렌시아를 간다. 시즌마다 계절마다 조금씩 기항지가 다른 모양이다.
내가 탔을 때는 이비자와 발렌시아 대신 대신 시칠리아 섬과 몰타를 갔다.
그 두 곳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들인데, 이비자와 발렌시아를 가는 것도 참 좋을 것 같긴 하다.
참고로, 동일한 크루즈라도, 반드시 로마에서 타서 7박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예시로 Day 2 팔레르모에서 타서 일주일을 타는 사람들이 있고, Day 7 제노바에서 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반드시 7박도 아니다. 해당 크루즈로 2박3일 일정도 판매하고, 3박4일도 판매한다.
즉, 로마에서 타서 3박4일만 타고 이비자에서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발코니 룸
룸은 발코니룸으로 했다.
자고 일어나면 눈앞에 매일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란...
망망대해가 보이는 날도 있고, 어느 아름다운 항구가 보이는 날도 있고.
방은 킹베드 하나 + 소파 하나 + 작은 화장실(샤워실)이 딱 알맞게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을 해보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닥 많지가 한다. 자는 시간 말고는 방에 있을 틈이 없다.
그래서 사실 발코니가 아니라 그냥 안쪽 방이어도 큰 관계는 없겠다.. 싶긴 하다. (안쪽 방으로 해도 크루즈의 모든 시설을 누릴 수 있으면서 비용은 거의 반토막이니까) 근데 그래도 담에 또 가라면 발코니하긴 할 듯.. 그래도 크루즈 탔는데 한번씩 내 방에서 바다를 보는 기분이 있잖아요?
레스토랑
기본적으로 어떤 룸을 고르든, 어떤 투어를 선택하든 크루즈 안의 모든 식사는 All inclusive다. (주류 all inclusive는 별도 패키지가 있음)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운영되는 뷔페는 언제든 그냥 스윽~ 들어가서 먹으면 된다.
들어가서 사과 하나 들고 나와도 되고, 물 한잔 마시고 나와도 되고.
피자를 끊임없이 오븐에서 구워내는데, 이탈리아 선사답게 꽤 맛있다.
나머지 음식은 쏘쏘.
저녁에는 정찬 레스토랑도 갈 수 있다.
정찬 레스토랑에서는 원하는 단품 메뉴를 주문하면 서빙받는다.
각 테이블 담당 서버가 있어, 일주일쯤 지나고 나면 꽤 익숙해지고 친해진다.
수천명의 사람의 음식을 공급하는 만큼,
음식의 수준은 Fine restaurant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고, 적당히 이것저것 맛볼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뷔페 및 정찬 레스토랑 외에도 cuisuin 별로 레스토랑이 있어서 돈을 내고 사먹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스시 레스토랑, 스테이크 하우스, 멕시칸 레스토랑, 바, 펍 등.
이중에 펍에 가면 저녁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축구 경기를 틀어준다!
이탈리아 사람들과 펍에서 이탈리아 리그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김민재 선수가 아직 나폴리 에서 뛰던 시절이었는데, AS 로마와 나폴리의 매치가 있었다.
가격/비용
한창때인 지금 8-9월을 예시로 하나 조회해보면
기본 발코니 룸 기준,
2인에 $2800. 한화 환율 1350원 적용시 약 380만원 내외.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동시켜주고, 놀이시설 제공해주고, 모든 걸 감안하면, 사실 유럽여행에서 이 정도면 꽤 가성비 여행이다.
게다가 나는 비수기인 2월에 다녀와서 이것보다 약 100만원 정도 저렴하게 예약했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유럽 크루즈를 가자니 비행기 티켓 가격 + 기간에 대한 제약이 더해져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비행기 티켓이 2인 하면 기본 3-400에 비즈니스면 8-1000만원은 드니까.
거기다 기간도 보통 크루즈 출발 하루 전에는 도착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어떤 문제로라도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도착이 늦어지면, 배는 기다리지 않고 출발하므로...)
크루즈 7박8일 + 앞에 1박 붙이면 유럽에서만 최소 8박~9박은 해야하고, 비행시간 감안하면 휴가를 최소 11일~12일 정도는 내야하니 직장인 입장에서는 일정 맞추기도 쉽지 않다.
예약 방법
나는 www.icruse.com 이라는 해외 크루즈 예약사이트에서 예약 했다.
예약 방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따로 유럽, 미국 등 해외 크루즈 예약 방법 글에서 정리했다.
배에서의 일반적인 하루
자고 일어나면 다른 나라 데려다 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뷔페에서 아침 먹고 배 위로 나가면,
저 멀리 육지가 보인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항구.
발코니에서, 혹은 덱에 나와서 아름다운 바다와 항구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시간이다.
그 도시 구경하고 점심먹고 돌아다니다가 4-5시쯤 되면 배로 돌아온다.
들어오자마자 수영복 챙겨서 수영 쫌 하고..
6-7시 저녁시간이 되면 배에서 정찬으로 저녁 먹고, 맥주 한잔 하거나, 오페라 등의 공연을 본다.
아니면 작은 라이프 펍 같은데서 이벤트 같은 것에 참석할 수도 있고.
그럼 어느덧 9시.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이미 피곤하다. 방에 와서 씻고 아이를 재운다.
그런데 9시~10시 부터 또 크루즈의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 또 많다.
댄스파티, 무슨 파티, 공연, 등등. (혼자 배에 탄 사람들만을 위한 싱글 파티도 있음)
우리는 아이를 일찍 9시-10시 사이에는 재워야 해서 밤에 있는 영 참여하지를 못했는데, 그 부분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하루종일 여행하고 와서 피곤하고, 눕는 순간 잠들어서 또 다음날 여행해야되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야한다고...
암튼 진짜 진짜 바뻤던 크루즈 여행이었다.
영어를 잘할 수록 즐길 거리도 많다. 이탈리아어 + 영어로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고, 소규모 공연 같은 곳에는 관객들이 참여하기도 하고. (나도 느닷없이 무대로 한번 불려올라가기도 했다.)
극 E일수록 즐길거리가 많을 것이다.
크루즈는 노인들을 위한 것이다? 는 좀 오해인 것 같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도 있었고,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노인들이 타기에는 프로그램도 많고 일정이 너무 빡시고 시끌벅적해.....ㅋㅋ 아마 나이드신 분들을 위한게 저 위에서 언급한 고급-소규모 크루즈가 아닐까 싶다.
알콜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All Inclusive 패키지를 구매해서 틈날 때마다 배의 이곳 저곳에 있는 수많은 바에서 언제든지 칵테일과 술 한잔을 즐길 수 있으니 그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아 2월에 타서 아쉬운 것 하나는, 아직 조금 추운 시즌이여서 배 위의 워터파크와 실외 수영장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실외 자쿠지와 실내 수영장 위주로 이용했다. 그런 면에서 나중에 4-5월 봄 지난 시즌에 한번 더 타보면 좋을 것 같다. 크루즈 위의 썬배드, 실외 수영장, 워터파크를 모두 100% 즐길 수 있을테니.
총평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계속 뷔페와 정찬으로 사육해주는 것도 좋았고, 파티나 공연도 재밌었고, 그냥 그 거대한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한다는 컨셉 자체가 너무 좋았다.
반대로 와이프는 사람이 가는 곳마다 너무너무 많아서 그게 지치고 질린다고 함. (그러나 디즈니 크루즈는 궁금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타보고 싶다고 함)
참고로 나는 E고 와이프는 I임..ㅎㅎ
사람은 진짜 수천명이 타는 배니까.. 직원만 천명이 넘고..
진짜 많기는 하다. 특히 대극장 공연 끝나고 나올때쯤은.. 진짜 붐빔. 거의 이런 모습
구성은 대부분 유럽인들, 그리고 미국인들인 것으로 보였다. 동양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중국, 일본, 한국인들 소규모 그룹으로 몇몇 있었다.
크루즈 시리즈
2. MSC 유럽 서지중해 크루즈 후기 (아이와 함께, 비용)
기항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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