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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ware Engineering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1) 금융 IT 개발자

by 엔지니어의 노트 2024. 11. 16.

Intro

 

처음에 취업할 때는 한곳에 취업하면 그곳에 뼈를 묻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몇 곳의 회사를 다니게 됐다.

 

내가 다녀본 회사들은 금융권, 대기업,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등이다.
어쩌다보니 특성이 아주 다른 회사들을 몇 군데 경험해보게 되어서, 
이 중에 주로 많이들 고민하는 금융권, 대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을 써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시각이고, 같은 업계의 회사라도 회사별로, 각자의 경험별로 느낀 바가 다를 수 있으므로 아,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커리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주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엔지니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제대로 대우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가장 뛰어난 이과 수재들이 다들 의대만 가려고 하지. 아니면 의대가 너무 꿀이라 그런가? 미용GP가 수억을 버는게 일반적인 수준인 이상 다른 어떤 직업의 대우를 올려줘도 쫓아가긴 힘들 것 같다. 앗..잡설은 그만하고..)
불과 10년전만 해도 보통 "개발자" 하면 디자이너랑 뭐 무슨 직종 하나랑 더해서 일은 많이하고 연봉은 박봉인 그런 이미지였다. 그때는 개발자가 가기 좋은 곳으로는 대체로 삼성 SDS, LG CNS, SK C&C 같은 대기업 SI업체 또는 금융IT를 좋게 꼽곤 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터지기 직전, 2020년 직전부터 토스나 쿠팡 같은 기업들이 치고나가면서 신입 개발자나 경력 개발자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는 문화를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들의 삶도 엄청나게 편하게 만들어준 서비스들이지만, 더불어서 엔지니어들의 보상 구조도 획기적으로 올려 준 고마운 기업들이다. 

 


아무튼, 금융 IT를 다니면서 느낀 것들.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1) 금융권/금융 IT 개발자

먼저 금융권의 장점은 뚜렷하다.

 

첫째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둘째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안정성
 (정년퇴직 하시는 분들 많다. 심지어 정년퇴직 하고 계약직으로 다시 돌아옴. 밑에서 후술하겠지만 "서비스/업무 로직"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고 개발만 잘한다고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셋째 괜찮은 워라벨

넷째 괜찮은 네임밸류 

 

"직장인"으로서 거의 완벽하게 좋은 직장이다.

 

그러나 개발자나 엔지니어로서 볼 때는 단점도 있었다. 

아래 이유들이 내가 이직을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는 기술의 상대적 정체이다.
아무래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하는 금융 서비스의 특성 상,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 

 

둘째는 금융권에서 IT부서는 back office, 지원 부서다. 

일등시민은 금융의 핵심인 돈을 만지고 영업하는 front 부서들이다. 

back office 중에도 IT부서는 이등시민에 가깝다.

물론 이런 차이가 공식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우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내가 하는 일의 자부심, 높은 자존감을 갖기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당연히 다 같은 직원인데 서로 존중하면서 일한다.

예를 들어,  "시키는거나 하는 개발 부서" 이런 말을 앞에서 대놓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front office, 금융 핵심 부서들의 기저에는 back office 공돌이를 바라보는 이런 느낌이 깔려있다. 약간 말실수 비슷하게 이런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경우도 두어번 있었고.

 

그런데 개발팀 스스로도 코딩을 밑으로 보는 이런 미묘한 인식이 있다.

예를 들면 "코드 짜는 건 밑에 애들이나 외주 애들이나 하는거지, 나이 차면 이제 관리 해야지, 언제까지 개발할거야." 이런 인식이 만연하다. IT기업에는 백발의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 사람이 많은 것과는 정반대의 인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후에 IT업계로 옮기면서, 엔지니어링이 업의 중심(의사결정, 대우, 모든 면에서)인 것을 경험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게 됐다.
무슨 일을 하든, 가능하면 내가 하는 그 일이 그 회사의 업의 본질인 곳에서 일하는게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금융권도 개발자 뽑기 힘들어서 IT 부서만 성과급 더 주면서 뽑고 그런다고 하긴 하더라. 

https://www.mk.co.kr/news/economy/10127597

 

"동료 데려오면 500만원, 주3일만 회사 오세요"…은행들 개발자 파격대우 - 매일경제

IT인력에 목매는 금융권스톡옵션에 거액 포상금까지빅테크, 물량공세로 인재유치금융 거래 80~90%가 비대면핀테크 외 금융사도 `앱` 경쟁내년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 전고객 선점 위해 전격 구애

www.mk.co.kr

 

셋째는 기업 문화인데, 이것도 금융권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 비하면 수직적이고 보수적이다.
물론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잘 맞는 사람은 잘 맞는다. 실제로 나도 꽤 적응을 잘하고 잘 지내는 편이긴 했다.

이런 수직적인 기업 문화에서 팀장이나 부장이 되면 그만한 꿀통이 없다. 결재만 하고 억대연봉 훌쩍 넘게 받으니까.


그래도 모두 다 경험해본 바, 개인적으로는 IT기업 또는 스타트업 등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가 더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일할 때 훨씬 더 self-motivation도 되고, 동료들과 신나게 일한 경험이 더 많다.

 

또 한가지, 이건 단점보다는 특징인데, 서비스 중심의 개발이란 점도 다르다.

금융권 안에서는 나름 이직이 활발하게 가능한 편인데,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어떤 서비스, 어떤 도메인을 개발, 운영한 경험이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서비스는 예를 들어, "이체" 서비스, 혹은 "거래" 서비스 등 Vertical하게 각 서비스를 의미한다.

몇 달 씩 공부해야 할 금융 자격증만 몇 개씩 있을만큼 금융권의 도메인과 업무 로직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 실력이 날고기는 사람보다는 특정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것이 더 중요하다. (위에서 이야기했던대로, 정년퇴직 하신 분이 계약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이런 경우인데, 서비스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쉽게 대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위 특징이 양날의 검으로 넷째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점은, 한번 금융IT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는게 쉽지는 않다. 밖에서도 금융 IT 개발자가 외주관리 위주 또는 서비스/업무 로직 위주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대체로 아는 것 같다. 전에 어떤 스타트업의 리크루터와 이야기하는데 금융 IT의 경력은 buying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실제로 내 주변 금융권에서 이직한 사람이 10명도 넘는 것 같은데, 완전히 금융권 밖으로 완전히 나온 돌연변이는 나 혼자인 것 같다. (카카오 금융계열사나 K뱅크 등 인터넷은행으로 가신 분들은 있다.) 

 

비슷비슷한 금융권 개발자들의 목소리 ㅎㅎ


근데 사실, 애초에 금융권에 들어가면 만족스러워서 이직 자체를 고려를 잘 안한다.

'이직을 힘들게 왜 해... 지금 좋은데?' 이런 느낌? ㅎㅎ

 


아무래도 금융권의 장점은 밖에서 보기에도 뚜렷한 반면,
단점은 그 안에서 일해보기 전에는 느끼기 힘든 것들이라, 단점만 중언부언 길게 쓰게 됐다.

하지만 주변에 금융IT에 다니는 선배, 친구, 후배들도 많은데,
다들 높은 연봉을 받고, 안정적으로 좋은 워라벨로 만족하면서 아주 잘 다니고 있다. 
내가 경력 중에서 뵌 분 중, 가장 본받고 싶고 존경하는 분도 금융IT에서 만난 팀장님이시다. (여전히 부장님으로 잘 계시고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신다.)

 

한줄로 정리하면,

직장인으로서 매우 좋다. 다만 만약 엔지니어로서 성장하는 커리어를 꿈꾸는 사람과는 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정도?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글들
(1) 금융 IT 개발자

(2) 대기업 개발자/엔지니어

(3) 스타트업 개발자/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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