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ftware Engineering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2) 대기업 개발자/엔지니어

by 엔지니어의 노트 2024. 11. 18.

(아래 인트로는 (1) 금융 IT, (3) 스타트업 글과 동일하므로 넘어오신 분은 스킵하시길!)


Intro


처음에 취업할 때는 한곳에 취업하면 그곳에 뼈를 묻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몇 곳의 회사를 다니게 됐다.

 

내가 다녀본 회사들은 금융권, 대기업, 스타트업, 글로벌 IT 기업 등이다.
어쩌다보니 특성이 아주 다른 회사들을 몇 군데 경험해보게 되어서, 
이 중에 주로 많이들 고민하는 금융권, 대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을 써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시각이고, 같은 업계의 회사라도 회사별로, 각자의 경험별로 느낀 바가 다를 수 있으므로 아,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커리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주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엔지니어, 개발자가 그나마 나은 대우를 받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던 시절은 아직 스타트업이나 네카라쿠배 같은 붐이 생기기 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엔지니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제대로 대우를 못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가장 뛰어난 이과 수재들이 다들 의대만 가려고 하지. 아니면 의대가 너무 꿀이라 그런가? 미용GP가 수억을 버는게 일반적인 수준인 이상 다른 어떤 직업의 대우를 올려줘도 쫓아가긴 힘들 것 같다. 앗..잡설은 그만하고..)
불과 10년전만 해도 보통 "개발자" 하면 디자이너랑 뭐 무슨 직종 하나랑 더해서 일은 많이하고 연봉은 박봉인 그런 이미지였다. 그때는 개발자가 가기 좋은 곳으로는 대체로 삼성 SDS, LG CNS, SK C&C 같은 대기업 SI업체 또는 금융IT를 좋게 꼽곤 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터지기 직전, 2020년 직전부터 토스나 쿠팡 같은 기업들이 치고나가면서 신입 개발자나 경력 개발자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는 문화를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들의 삶도 엄청나게 편하게 만들어준 서비스들이지만, 더불어서 엔지니어들의 보상 구조도 획기적으로 올려 준 고마운 기업들이다.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2) 대기업 개발자

대기업의 경우, 삼성, 현대, SK, LG 등 기업별로 기업문화가 크게 다르기도 하고, 또 같은 그룹의 계열사 중에도 회사별로 업종별로 문화가 크게 다를 수 있다.
내가 경험한 대기업은 대기업 그룹사 중 IT 계열사여서, (대기업 계열사 치고는 상대적으로) 수평화된,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덜 수직화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는 했다. 특히 나는 금융권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에 비하면 꽤 수평적이고 오픈된 문화라고 느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역시 수직적이고 보수적임)

대기업의 장점은 사실 금융권과 많이 겹치기 때문에 주로 스타트업과 비교를 생각하면서 썼다.

장점

1.  IT 기업

이전에 취준생때는 생각해보지 못한 기준이었는데, 그냥 연봉만 많이 주는 큰 회사 가면 최고인 줄 알았지. 그래서 금융IT를 목표로 하기도 했고.

이후에 막상 일을 해보니 새로 생긴 목표는, 내가 하는 일이 해당 업의 중심이 되는 회사에 가고자 했다.
즉, 엔지니어라면 엔지니어링 회사, MD라면 유통 회사,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또는 제조 회사 등을 말한다.


이전 글(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1) 금융 IT 개발자)에서 썼듯이, 금융권에 있을 때는 front에 있는 동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실제로 그들이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부서이기도 하고, IT 부서 등은 지원 부서, cost center로 분류되니, 진급도 보상도 당연히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누구도 어떤 일이 덜 중요한 일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는 진급과 보상의 차등을 통해 이를 표현한다. 공채로 같이 들어와서 직접적으로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는 동료와 비교해서, 회사에서 "IT"가 하는 일이 덜 중요한 일이라고 간주된다면,  그래서 "금융" 부서 동료들보다 진급도 느리고 보상도 낮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고, 내 일에 대한 자존감도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IT 기업으로 옮기고 나서, 의사결정, 대우, 문화 등 모든 것에서 IT 및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로 취급을 받았다. 이는 곧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존감과도 연결되었다. 내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약 선택이 가능하다면, 자신이 하는 일이 해당 회사의 업의 중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2. 내 일만 잘하면 됨. 

대기업의 경우 대체로 업무가 자리잡혀 있고 이미 체계화되어 있으므로, 보통은 내 일만 잘하면 된다.
그만큼 인수인계 받아서 업무에 적응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스타트업은 체계도 아직 잡혀있지 않거니와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내 일'만 있는게 아니고 이것도 내가 해야하고, 저것도 내가 해야하고, 그렇게 하려고 있는데, 내일부터는 다 엎어치고 새로운 일 해야하고, 업무의 범위도 넓어지고 그 변화도 클 수 있다.

 

3. 좋은 워라벨

요즘 대기업 개발자 치고 워라벨 나쁜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개발자 하면 야근하고 밤새고 주말출근하고 그런 건 옛날 일이다.

지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수재 소리 들으면서 혼자 게임 개발하고 그러던 한 지인이, 첫 회사로 중견 SI업체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프로젝트 투입 돼서 6개월동안 고객사 들어가서 야전침대 깔아놓고 자고, 그 앞에 모텔에서 자고, 집에도 제대로 못들어오고 프로젝트 하다가 그 뒤로 개발이건 컴퓨터건 다시는 보기 싫다고 업계를 완전히 떠난 경우가 있었다. 
몇 년만 늦게 업계에 들어왔어도 즐겁게 개발하면서 빛날 수 있었을 친구인데.. 안타깝다. 요즘은 주변 SI 다니는 지인들 보면 다들 워라벨 좋고 만족하고들 다닌다.


물론 프로젝트 마감 때나 런칭 때는 야근이 필요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워라벨보다는 성장을 중심으로 두고 밤낮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전에 존재한 보여주기식 야근, 팀장이 남아있으니까 나도 남아있는, 바보 같고 비효율적인 문화는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워라벨, 여유로운 저녁 혹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낼 수 있는 삶이 더 중요하다. 
젊은 팀일 수록 회식 문화도 거의 없어져서, 정말 가끔 반기, 1년에 한번 쯤 회식을 하거나, 아니면 점심 회식등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것도 사실 회사 분위기 나름이므로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회사일 수록 아직도 회식이 많은 편인 것 같음. 금융권은 아직도 회식 많은 경우가 많음.)

 

4. 많은 교육 기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끊임없이 외부, 내부 교육의 기회가 많다. 

해외로 컨퍼런스를 다녀오는 경우도 있고. 

 

스타트업? 한가하게 교육 다녀오고 컨퍼런스 다녀오고 그럴 시간 없다. 당장 서비스 개선해야된다.

 

 

5. 뛰어난 동료들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좋은 회사일수록 좋은 동료를 만날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사회생활면에서 본받고 싶은 좋은 선배나 팀장님이 계셨다면,

IT기업에서는 사회생활면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배울만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직이 활발한 IT업계의 특성 상, 회사 내에서 뛰어난 동료들과 네트워킹을 쌓는 것은 향후 커리어에서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어디 가서 창업할 때, 어디 팀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좋은 사람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생각나는 건 '그 때 같이 일했던 그 사람이 와서 일할 수 있으면 정말 잘할텐데!'다. 

 

면접을 아무리 치밀하게 해도 False Positive로 "실제로 뛰어나지 않은 사람을 뛰어나다고 잘못 판단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밀접하게 함께 일해 본 사람이라면 그 오류의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IT 업계에서는 이런 동료 추천을 통한 입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사내 추천을 통해 입사가 이루어지면, 추천을 한 사람에게 수백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물론 공정한 프로세스로 동일하게 코딩테스트 및 면접 등은 통과해야 한다)

https://flex.team/blog/2023/01/19/community-employ-refferal/

 

사내 추천 채용 제도, 다른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 flex 공식 블로그

기업 문화 핏에 맞으면서도 탁월한 역량의 구성원을 채용할 수 있는 사내 추천 제도.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활성화해서 채용 성과를 만들고 있을까요? flex community에서 1만 명 HR 담당자들에게 물

flex.team

 

아래는 다들 아는 대기업의 장점들.

6. 뛰어난 복지
7. 괜찮은 연봉
8. 괜찮은 네임밸류

 

단점 

사실 딱히 보편적인 단점이랄만한 것들은 없다.

단점이라기보단 그냥 개인적인 의견들이다. 

1. 서비스에 대한 기여의 한계

스타트업에서의 영향력과 비교해보면, 대기업에서의 내가 하는 업무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의 극히 일부 부분을 담당하니까, 내가 만드는 것의 영향력도 작고, 변화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 하나 쯤 없어도 잘 굴러간다. (잠깐 삐꺽댈 수는 있겠지) 그리고 제대로 된 기업의 시스템이라면 그래야만 한다.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건데, 굳이 내가 만든 서비스가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져야 하나?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나도 스타트업에서 경험해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 경험이 내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모두 경험한 후 다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우리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도가 훨씬 크고 그게 직접적으로 느껴질 때, 책임감도 커지고, self- motivation도 훨씬 더 크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재밌었느냐고 묻는다면, 스타트업에서 동료들과 밤늦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회의하고 일하던 때가 가장 즐거웠다. 

대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동료들과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하지만 신나게, 보람차게) 무언가를 만든 적이 있고, 그것도 회사에 중요한 프로젝트였고, 뿌듯한 성과였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에서 갖는 임팩트의 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2. 개인의 성장의 제약

이건 굉장히 팀 바이 팀, 개인 바이 개인 일 수 있는데, 위에서 말했듯 상당히 분업화되고 부품과 같이 끼워지는 대기업의 특성 상, 비슷한 작업만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성장이 없이 고여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게 길어지면 아래 (3)과 같은 사람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3. 고인물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높은 고용안정성 덕분에, 단단히 고여버린 사람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새로운 변화는 받아들이기 싫고, 합리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자신의 알량한 밥그릇만 지키고 싶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엮이는 답답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아.. 특히 금융권에는 이런 사람이 꽤 있었다..)


고용유연성은 양날의 검인데,
이렇게 팀프로젝트의 free rider 같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들은 그냥 집으로 보내주는게 맞는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을 한번 회사에서 잘못 고용하면 어쩔 수 없이 거의 평생을 끌고 가야하니... 문제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맘에 안든다고 바로 '10분 뒤에 나가!' 혹은 메일 하나 띡 보내서 '내일부터 오지마' 하는 것도 무섭고..
하지만 미국 정도는 아니여도 어느 정도는 고용유연성이 확보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를 정규직으로 한번 잘못 채용했다고 평생을 끌고 가야하는 건 확실히 불합리하다. 만약 그런 제도가 있으면 아마 그 free rider 고인물들도 제도가 무서워서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일에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4. 정치, 학연, 연줄, 낙하산

정치는 어디에나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정치는 다른 레벨인 것 같다.

일반 사원 나부랭이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룹사의 결정으로 내려오는 낙하산 임원도 있을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성 상 연줄, 학연 등이 때로 성과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을 얼마나 잘했느냐 보다는 줄을 얼마나 잘 섰느냐에 따른 라인의 교체가 줄줄이 일어나는 걸 볼 수도 있다. 

 

 


금융권 vs 대기업 vs 스타트업 커리어 비교 글들 
(1) 금융 IT 개발자

(2) 대기업 개발자/엔지니어

(3) 스타트업 개발자/엔지니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