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원'이라는 포퓰리즘 하에 모든 정부마다 전세대출량을 늘려왔다. 심지어 전세금을 임차인으로부터 "빌린" 임대인 "대신" 정부에서 보증까지 해준다. 결국 그 대출과 보증이 1차로 전세값 버블을 만들고 이어서 집값 버블을 만든다. 결국 '서민' 전세입자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
전세 제도가 직,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1. 미개한 사금융 제도 (계주가 사기치고 도망가는 뉴스가 그렇게 나왔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계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당시 금융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전세도 딱 그 수준의 제도다. 임대인이 떼어먹고 도망가면 임차인은 방법이 없다.) 제도권 금융에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금융제도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구멍 덕분에 빌라왕들이 사기를 칠 수 있고 애꿎은 서민 세입자들만 힘들게 몇 년간 벌어온 재산을 한순간에 날린다. 빌라왕 같은 사기꾼들은 시스템에 구멍이 있으면 반드시 생길 수 밖에 없는 곰팡이 같은 존재다. 곰팡이는 원래 세상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여 책임을 따지자면, 이 제도를 이렇게 키워오고 방치하고 심지어 제대로 된 안전 대책도 없이 대출이니 보증이니 장려해온 무식하고 안일한 정부의 책임이 100%다. (일부는 알고도 키웠을 것이다. 서민 부동산 지원이라는 프레임이 표장사가 되니까. 전세 지원 거두면 서민 죽이는 정부라고 언론에서 1차원적으로 비난하니까.)
앞으로 인구구조변화에 따라 반드시 닥쳐올 부동산 정체기 또는 하락기 (지역적이든, 전역적이든) 에는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시스템을 방치하고 심지어 장려해온 언론과 정부에 있다.
2. 전세금을 기반으로 한 갭투자가 집값을 올린다. 자본금이 5천만 있어도 갭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집값 상승기 전세값이 오르면 받은 전세금 중 남는 돈으로 또 다시 갭투자를 한다. 그렇게 투자해서 집값이 올라서 집을 팔면 이득은 내 돈이 되고, 집값 하락기에는 경매로 넘겨버리면 손해는 전세 세입자가 받는다. 이득이 나면 내가 먹고, 손해가 나면 세입자가 본다. 전세사기꾼 입장에서는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장사다.
이런 식으로 올라간 집값은 다음 세대가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 중 주거에 대한 조건을 만족 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곧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생물은 본래 생존과 번식 중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 번식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올라간 집값은 다음 세대에는 무조건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대한민국의 집값은 주로 투자 수요가 올린다. 전세라는 무이자, 무한도 대출이 없으면 집에 대한 투자 수요는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제도권 대출 시장에서는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 소득 대비 빚을 갚을 수 있느 능력) 규제를 하기 때문에 전세자금 받아서 투자하듯이 끝없이 무제한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없다.
3. 간접적으로는, 초혼 연령을 늦추고, 심지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데도 한 몫을 한다. 전세계에 사회 초년생에게 수억원 전세를 해오는 것을 당연한 듯 기대하는 결혼 문화는 없다. 월세나 장기 모기지로 시작한다. 부모님 도움 없이 부부가 월세로 시작하는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금을 위한 몇 억이 준비되지 않은 남자는 결혼을 꿈꾸기 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보통 사회초년생이 몇 억을 모으려면 소득에 따라 최소 수년,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군대 다녀오랴, 취업난에 취업 재수하랴, 20대 후반즈음 되서야 취업하는 요즘 세대는 가뜩이나 사회생활의 시작도 늦다. 28~29살에 취업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결혼적령기 30~33세가 무슨 돈이 있을까? 부모님에게 수억 전세자금을 빌리거나 받기 위해 손을 벌리도록 하는 문화가 과연 정상일까?
결국 전세자금이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거나, 헤어지고, 파혼하는 경우도 생긴다. 드문 일 아니냐고? 아니, 결혼 적령기 젊은이들이라면 주변에서 여러번 관측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가 없었다면,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부부가 함께 월세로 시작하는게 당연한 문화가 되지 않았을까?
결국, 전세는 여러모로 우리 세대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제도가 되었다.
경제 고도 상승과 함께했던 부동산 상승기에는 유효했던 전세 제도. 이제 저성장이 노멀이 된 시대에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부동산 정체기에서는 전세의 이점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나라에서, 그리고 클릭 한번에 안전하게 온라인에서 모든 거래와 대출을 할 수 있는 핀테크 시대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허점을 가진 사금융 대출제도가 아직 성행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에서 '서민지원'이라는 포퓰리즘 하에 무작정 전세대출량을 늘려주고 보증을 늘려온 무책임함의 수준은 믿을 수 없다.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 그 것이 정말 서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돌아봐야할 때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 수 있다. 생돈 같은 월세가 안나가니까.
그런데 5억짜리 전세를 10년 살고 나면,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해 동일한 5억이더라도 10년 전의 3-4억에 준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5억을 10년간 투자에 운용한다면 안정적인 3-4% 상품만으로도 복리효과에 따라 7-8억으로 불릴 수 있다. 결국, 전세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또한, 전세라는 무이자 대출/무제한 대출투기수요가 사라지면 지금 매매가가 전세가 가까이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냥 같은 돈 내고 내집 마련하면 되지, 전세 살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전세가 서민에게 꼭 필요한 '주거 사다리'라는 것은 허상이다.)
각각 언론과 정치 패널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두 분인 김원장 기자와 주진형 대표가 최근 모두 전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KBS 김원장 기자 - 다시 돌아온 ‘전세’의 시대…그런데 빌라왕은요? https://n.news.naver.com/article/comment/056/0011448151
주진형 "전세는 미개한 제도, 전세 대출부터 줄이기 시작해야" (최영일의 시사본부)|KBS 라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aWToUoruX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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