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에 대해서

by 엔지니어의 노트 2021. 12. 30.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부사장급 주요 경영진이 죄다 상장 한달여(37일)만에 대량 보유 지분을 팔았다.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44만여 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류 대표는 당시 자사주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팔아 치웠다고 공시했다. 약 469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나호열(3만5800주), 신원근(3만주), 이지홍(3만주), 이진(7만5193주), 장기주(3만주), 전현성(5000주), 이승효(5000주) 등 각 부문 총괄을 맡고 있는 부사장급 주요 경영진이 죄다 보유 지분을 팔았다.


물론 회사를 성장시키고 상장까지 성공한 경영진과 직원들은 그 과실을 향유하고, 얻을 자격이 있다. 

또한, 본인이 가진 스톡옵션의 행사 가능 기간이 되었을 때 이를 행사하는 것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특히 그 직원들이 스탁옵션을 행사해 소위 '대박'이 났다는 뉴스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아주 기분 좋은 뉴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던 이런 사례가 앞으로는 더 많아져야 하고.

 

그러나 상장 한달만에, 단체로,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한 그들은 구멍가게 사장이 아니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회사의 경영진이다.

경영진은 단순한 주주나 직원과는 달리, 회사 내부의 사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며 장, 단기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적극적인 참여자이자 책임자이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회사 뿐만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주주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 대표를 포함한 최상위 임원들이 회사가 주식 시장에 상장에 성공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 앞의 차익실현만을 목표로 단체로,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버렸다. 이 행동은 과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매도 직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사흘간 14% 하락했다. 수조단위의 시총이 증발한 것이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 매각 의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0월25일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두고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오버행(언제든 매물로 쏟아질 잠재적인 과잉 물량) 우려에 대해 류영준 당시 대표가 답한 말이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들이 걱정해야 할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류 대표 본인이었다.

(아시아경제)

 

카카오의 기업문화와 기업의 사회적책임

 

상장 회사의 경영진들이 한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카카오의 대표적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의 경영진들이 이런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 심히 걱정스럽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의사결정들이 앞으로 카카오페이를 그들(경영진) 뱃속 채우기 좋은 기업이 아닌, 고객을 위해 좋은 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까?
심지어 카카오페이의 류 대표는 22년 3월부로 카카오 대표 발령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의 행동이 카카오의 자유로운 문화 때문인지, 무책임 때문인지, 어리숙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모두 다일 수도 있겠지. 예를 들어보자.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 계열사가 상장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이, 혹은 그 계열사의 대표가, 상장하자마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행위를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 돌발행동을 한 경영진은 장담컨대 다음 인사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또 하나 예시를 들어보자. SK바이오팜이 상장했을 때, 직원 5명 중 1명이 퇴사했다는 뉴스가 있다. 평균 16억에 달하는 주식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보호예수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주가가 높게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주가가 높을 때 즉시 매도하기위해 퇴사한 것이다. 일개 직원들 마저 보호예수라는 제도 때문에 차익실현을 위해 퇴사를 감수해야만 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영진은 무엇을 감수했나? 


금융당국은 이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사건을 계기로,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매경)

신규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일정 기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페이(176,500 -2.75%) 먹튀’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예비상장기업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과 관련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거나 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이 대상이다. 거래소는 또 금융당국과 함께 신규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기업과 상장 주관사의 자율에 맡겼지만 앞으로는 관련 제도를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보호예수기간에는 스톡옵션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거래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처럼 경영진이 상장 직후 단체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금융당국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 기업의 주요 주주 지분율이 5% 이상 변동할 경우 관련 내용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자본시장법에 명시돼 있지만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이번 사례와 같이 현저한 시황 변동이 예상되는 사안에는 경영진이 더욱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거래소 입장”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에도 나왔지만, 카카오페이처럼 경영진이 상장 직후 단체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아무튼 카카오페이 경영진 덕분에 금융투자에 관한 한국거래소의 규정까지 바꾸게 만드는 셈이다. 사실 이런 것까지 규정을 통해 하나하나 규제해야하는 것이 참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물론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과 성장성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따라서 이 이슈는 회사의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의 무책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임은 틀림없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 전반적으로 최근 경제 생태계 황폐화(골목 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적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경영진이 단체로 주주들의 뒷통수를 치는 이슈가 하나 더 얹어진 것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가 목적이지만, 카카오와 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더더욱이 사회적 책임 또한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최근의 트렌드는 ESG가 중요시 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Governance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은 사업적으로도, 즉 본질인 이윤 추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행동들이 모여서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만큼, 이쯤 되면 카카오 내부의 문화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디 카카오에서는 시장과 주주들에게 파장을 던진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있는 후속조치가 있기를.

 


참조

https://youtu.be/qpAIM_glG8I

혹시 해당 이슈에 대해 잘 모르신다면 이 영상을 한번 보시기를 추천. 오늘 우연히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염승환 이사의 말을 듣다가보니 다시 한번 화가 났다. 다른 회사였다면 그냥 경영진이 좀 무책임하구나하고 넘어갈 일을, 카카오페이라는 국민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게 아닐까 싶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21121410124763882

 

"中 먹튀 없다"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뒤통수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 매각 의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0월25일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두고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오버행(언제든 매물로 쏟아질 잠재적인 과잉 물량) 우려에

www.asiae.co.kr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1122917766

 

"카카오페이 쳐다도 안 본다"…돈 날린 개미들 '울화통'

"카카오페이 쳐다도 안 본다"…돈 날린 개미들 '울화통',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 행사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경영진 '먹튀' 논란…개인 던지고 기관 담아 손실은 소액주주주 몫…기관은 주식

www.hankyung.com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22709170530056 

 

[단독]"배신감 느껴"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전직원 간담회 연다 - 머니투데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로 "먹튀"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페이가 전 직원 간담회를 연다. 경영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도 내부 불만이 계속되자 류영...

news.mt.co.kr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1122424151

 

[단독] 스톡옵션 행사 제한…'카카오페이식 먹튀' 막는다

[단독] 스톡옵션 행사 제한…'카카오페이식 먹튀' 막는다, 거래소, 가이드라인 마련 착수 카카오페이 경영진 단체 매도 당국 "유례없는 일" 사태 심각 예비상장기업 경영진 스톡옵션 상장 후 확

www.hankyung.com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110051717001#c2b

 

경제 생태계 황폐화 논란 카카오…김범수 “상생모델 찾겠다”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생모델...

m.khan.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