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인구문제가 부동산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 중 한가지 자주 보게 되는 의견은
인구가 줄어들어도 수도권의 부동산은 버티지 않을까? 혹은 더 오르지 않을까? 라는 의견이다.
나도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채상욱 애널리스트가 "저출산이 수도권 부동산을 '더' 붕괴시키는 이유"라는 영상에서 풀어보았다.
참고로 유튜브 채널 채부심을 운영하는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그냥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다. 증권사에서 건설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몇 년동안 계속 씹어먹었던 분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금융시장에서, 더 똑똑한 사람들만 모인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분석과 시장 예측 능력을 최고로 인정받았던 분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이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꽤 팬이었어서, 몇년 전에는 이 분의 책("미국 리츠로 4차 산업 건물주가 되라")을 읽고 리뷰(리츠(REITs)투자(5)-해외 리츠 종목 추천/투자 아이디어)를 쓰기도 했다.
유튜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칭) 전문가의 의견이 너무 차고 넘쳐서 가치없는 분석과 의견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쉬운데, 채상욱 애널이 유튜브 채널 개설 이후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시는 덕분에 수준높은 분석 결과를 자주 들을 수 있어 아주 감사한 일이다.
여담으로, 조곤조곤 조용히 이야기하는 편이셔서 내가 이 영상을 볼 때 와이프는 자장가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나 자게 채상욱 영상 좀 틀어줘" ㅎㅎ)
"저출산이 수도권 부동산을 '더' 붕괴시키는 이유"에 대해서 영상을 리뷰하면서 간단히 알아보자.
소멸하는 대한민국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출산율이 2.0이니, 1.0이니 0.7이니, 잘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이 출산율을 유지한채로 두 세대가 지났을때 수를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꽤 놀랍다.
0.7 출산율에서 80만명 조부모 세대에서 두 세대를 거치고 나면 9만8천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세대별 인구가 거의 1/10에 가깝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OECD에서 유래 없는 최저수준이다. 도시국가인 홍콩,싱가폴은 제외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국가 중에서는 정말 놀라울 만큼 유난히도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수도권 인구과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과밀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구학에서도 동일하게 보는 관점이다. 관련 내용은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 서울대 인구학자 조용태 교수 "인구 미래 공존" 책 리뷰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다: 저출산과 인구문제 (인구 미래 공존을 읽고 01)
민주주의에 가끔 회의를 느끼는 부분은, 바로 위에 언급된 부분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급격하게 내려간지는 벌써 몇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정치권의 제대로된 대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출산율 문제 해결, 수도권 집중 해결,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장기적 아젠다는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정치권에서 외면받는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깔아주고, 부동산 값을 올려줘야 한다. 결국 GTX 확장에 열을 올리고, 그 아젠다로 또 표를 받는다.
지난 대선 때 대선 토론에서, 수도권 인구 과밀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아는가?
놀랍게도, 대선 토론 내내, 그 내용은 아젠다로 나오지조차 않았다. 딱 한번, 안철수 후보가 자유의제로 해당 문제를 먼저 언급 했으나, 그 뿐이었다. 언급만 잠시 되었을 뿐 그에 대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초저출산율이 계속 될 경우 2040년부터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그 예상은 출산율 1.14를 가정한 것으로, 출산율 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재건축을 전제한 대한민국 아파트 가격
우리나라 주택의 매매 가격은 전세가 + Gap 가격으로 구성된다.
채부심에서는, 이 Gap 가격(미래가치, 잔존가치)의 차이에 대해 흥미로운 접근을 한다.
지금부터 약 40년뒤에 재건축이 일어날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데서 온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즉, 재건축이 된 이후에 새 집에서 더 높은 임차료를 받을 수 있을 현금흐름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은 매매 가격이 전세 대비 2배~2.5배 되고, 지방은 1.2배 정도에 불과하다. 이 말은 즉, 서울과 같은 지역은 미래에 재건축이 반드시 일어날 것을 가정하고 있으며, 지방은 재건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Gap 가격의 차이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멸하는 대한민국, 위기의 부동산
인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차료만 오를 수는 없다. 부동산에서 창출되는 미래의 현금흐름 역시 역성장하게되는 것이다.
우리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예상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이며,
잠재성장률이 역성장할 때 모든 자산의 현금흐름이 역성장하는 것은 공식과도 같아서, "가능성"이 아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우리나라에서 몇 십년 뒤 잠재성장률이 역성장하는 것은 한은의 예측이긴 하다. 다만 아주 높은 가능성의)
인구가 소멸되는 시대에서는, 부동산의 임대료가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공실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게 되면 결국 Gap 가격이 없어지게 된다.
현재 Gap 가격의 차이가 클 수록, 하락폭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서울 및 수도권의 하락폭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Gap 가격이 없어진다고 고려하면, 현재 대비 40~50%의 가격 하락도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Gap 가격이 그렇게 없어지는게 가능할까?
실감이 안날 수도 있지만, 사실 지금도 지방의 부동산을 보면 된다.
현재 지방의 부동산은 Gap 가격을 전세가의 0.2배 정도로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미래에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라 하더라도, 미래에 재건축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Gap 가격에 대한 프리미엄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는 Gap 가격은 40년 뒤의 경제 성장을 가정한, 밝은 미래를 가정한 가격인데, 인구가 소멸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실은 그보다 많이 어두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 미래가 어두워지기 전에,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더하면,
모든 것이 정반합으로 흐르게 되므로, 수도권 집중 문제, 저출산 문제와 같은 이슈가 지금이 저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인구 소멸 흐름만은 이미 정해진 미래라서, 바꿀 수 없다. 수도권 집중이나 저출산 문제는 우리 노력에 따라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도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아무리 단기적 아젠다만 집중하는 정치권이라도 이제는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출산율도, 수도권 집중 문제도, 해소를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방에서의 삶이 수도권의 삶보다 얼마나 여유로운지, 수도권에서 치이는 삶만 살아본 사람은 알기 힘들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게 당연한 줄 알고 사니까. 지방에서 몇년 살면서 느낀 바를 "울산 살기 후기 (1) - 노잼도시 울산? 살기좋은 도시 울산?"에서 적었다.
돌파구는 결국 일자리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만 만들 수 있다면 지방에 가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다. 일례로, 울산 현대자동차 생산직(=킹산직)을 뽑을 때 전국에서 몰린 지원자로 인해 수백대일의 경쟁률[2]이 있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참조
[1] 저출산이 수도권 부동산을 '더' 붕괴시키는 이유 (채부심 -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
[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62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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