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살기 후기 (1) - 노잼도시 울산? 살기좋은 도시 울산?
글을 쓴지 거의 1년만에 이어서 써본다.
3. 교통 4. 자연환경 5. 인프라 6. 친절한 울산 사람들.
3. 교통
대중교통
현대차의 도시라 그런가, 울산의 대중교통은 어느 구석을 봐도 장점이 없다.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하철, 모노레일 따위는 당연히 없고, 버스만 있는 수준인데, 버스의 배차도 길고, 영 불편하다.
광역시 중 지하철이나 모노레일이 없는 곳은 울산이 유일하지 않나? 광주, 대구, 대전 다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특징은, 집집마다 차가 두대가 있는 경우가 많다. 혹은 차+스쿠터 조합이 많다.
아빠는 스쿠터로 출퇴근하고, 엄마가 차를 타거나,
차가 두대씩 있다보니까, 경차도 많다. SUV+경차 조합 같은 거.
통계를 본 건 아니지만, 다른 도시 대비 스쿠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느꼈다.
특히 가끔 인터넷에도 이런 짤을 보곤 하는데,
공장 퇴근시간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스쿠터부대가 일제히 퇴근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KTX 울산역, 울산공항
울산도심과 멀찌감치 떨어진, 실제로 울산역이라고 하기 힘든 KTX역.
도심에서 버스 타고 가려면 도어투도어로 1시간 전에는 나와야하고, 택시비로 2만원 가까이 나오고.. 뭐 그런 느낌.
울산공항은 북구에 있어 그나마 가깝다.
KTX 태화강역이 생길 수 있을까? 태화강역이 생긴다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동차
대중교통이 완전히 빻은 만큼, 울산에 산다면 자동차는 꼭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120% 누릴 수 있다.
울산에 내려가기 전에, 누군가 그랬는데, 울산에서는 "어디든 20분이면 간다". 이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
내가 살던 중구 기준으로, 동쪽 바다를 가도 20분, 서쪽 태백산맥이 흐르는 영남알프스에 가도 20분.
도로가 잘 되어 있고, 특히 최근 이예로도 뚫려서 더 빨라져서, 출퇴근 시간 잠깐 외에는 전혀 막히질 않으니, 어딜 가도 20분이면 간다.
4-50분이면 경주, 부산 기장도 간다.
태화강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고,
일산해수욕장까지 20분.
정자해수욕장 - 강동몽돌해변까지도 25분.
서쪽 태백산맥 줄기, 영남알프스 세계문화유산 통도사까지도 29분.
경주 대릉원까지 약 50km에 40분.
부산 롯데월드 앞 오시리아역까지 50km에 약 40분. 주말에도 50분이면 간다.
수도권에서는 어디를 가고 싶든, 경치 좀 좋은 곳 바람 좀 쐬려고 주말에 50km 가려고 하면 2시간은 걸릴거다.
일례로, 분당에서 일산이 약 50km 내외인데, 토요일에는 최소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지방에서는 어디든 가고 싶으면 1시간 내에 정말 먼 거리까지도 다 다녀올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상 주말마다 부,울,경 전체 어디든 가볍게 1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바운더리 안에 있는 것이다.
덕분에 활동폭이 엄청 넓어질 수 있다.
4. 자연환경
울산에도 자연환경으로 치면 가볼만한 곳이 꽤 많다.
해운대, 경포대 같은 엄청나게 넓고 유명한 해변은 없지만, 그래서 더 좋다.
동해안의 깨끗한 바다를 주말이나 휴가철에도 그리 붐비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언제 어딜 가도 주차도 그리 어렵지 않고, 관광지 특유의 바가지도 없다.
바다로 가려면 대표적으로
1. 일산해수욕장 (대왕암)
2. 정자해수욕장 (강동몽돌해변)
3. 주전몽돌해변
4. 장생포
5. 간절곶
6. 진하해수욕장
등의 선택지가 있다.
1. 일산해수욕장
울산 시내에서 20분만에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는 일산해수욕장. 모래사장이고, 대왕암 바로 앞에 있어 대왕암과 같이 다녀오기 좋다.
방파제와 섬으로 앞바다가 막혀 있어 해수욕장 뷰가 멋지진 않지만, 그만큼 파도가 약해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바위로 이루어진 대왕암의 뷰는 엄청 멋지다.
2. 정자해수욕장
정자해수욕장은 몽돌 해변이다. 파도가 자갈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아주 독특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 다른 곳의 훨씬 유명한 몽돌해변보다, 오히려 더 좋다. 깨끗하고 한적하고 넓고, 카페도 많고.
잘 찾으면 로컬 횟집들도 있어서 합리적인 가격에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을 수도 있다.
3. 주전몽돌해변
주전몽돌해변은 상대적으로 사람이 더 적다. 카페가 많다.
4. 장생포
울산은 예전에 고래 사냥이 성행했던 곳이다.
얼마나 예전부터냐면, 7000년전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에서도 고래 사냥의 기록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장생포에는 고래 박물관 및 돌고래쇼, 돌고래 유람선 등이 있다.
예전 고래잡이배도 볼 수 있고. 거대한 고래 조각도 있는데, 이 조각을 잘 보면, 단순히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아니고, 입에 낚시 고리가 끼워져 있다. ... 불쌍한 고래...ㅋㅋ
타 지역에서 관광을 와서 일부러 가볼만한 곳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별미로 만약 고래고기를 먹어보고 싶다면 한번 가볼만 하다.
장생포에 블루리본 1개, 2개를 받은 고래고기집들도 있다.
5. 간절곶
간절곶의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꽤 이국적이다.
이 뷰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전망의 카페들도 많다.
울산에 여행 온 사람에게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울산 카페에 대해서 따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간절곶의 카페는 아래 링크의 아래쪽에 있다.
추천하는 곳은 그릿비다.
6. 진하해수욕장
가장 많이 간 곳은 진하해수욕장.
공업도시, 노잼도시 울산에서도 "ㅇㅇ"을 할 수 있다?
바로 서핑이다.
서핑하러 많이 갔던 진하해수욕장.
기장에 있는 서프홀릭이 여기도 있다.
자주 갔던 서프홀릭 울산점.
서핑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울산이 엄청난 장점을 가질 수 있는데,
일단 관광지가 아니니까, 사람이 적어서 코치 대비 인원 수가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
서핑 라인에 나가도, 엄청 많은 서퍼들로 붐비지 않는다. 언제 가도 한적함.ㅎㅎ
그만큼 다른 사람 눈치 덜 볼 수 있고, 아무래도 서퍼가 많으면 다른 보드에 맞을 수 있는 위험도 있는데, 그 부분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도 하다.
진하해수욕장만의 엄청난 장점이 또 하나 있다.
여름이면, 진하해수욕장 가득찬 파라솔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심지어 구명조끼도 무료. 심지어 튜브도 무료.
(오픈된) 간이 샤워도 무료!!
그냥 울주군에서 무료로 제공을 해준다.
주차도 다 무료!!
주차장도 가까운 곳에 있는 간이 주차장 외 2-300m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세우면 자리가 넉넉하다.
울주군은 샤워시설과 파라솔, 구명조끼, 튜브 등 편의용품 대여 전면 무료화를 비롯해 해수욕장과 공영주차장 간 무료순환버스 운영, 명선도 야간경관 조명시설 운영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방문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 : 울산경제신문(http://www.ulkyung.kr)
https://www.ulkyung.kr/news/articleView.html?idxno=27631
이렇게 전면 무료로 편의용품을 다 아낌없이 퍼주는 해수욕장이 대한민국에 또 있나??? 난 일단 못봤는데..
부자도시 울산의 여유다.
단순히 편의용품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수많은 파라솔을 다 설치하고, 용품을 대여하고, 관리하는 많은 인력까지 군에서 다 유지한다는 뜻이다.
결국 관광객이 많이 유치해서 도시의 관광을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일텐데, 그런 만큼 진하에 가면 의리로 그 주변에서 소비를 많이 해주고 싶다.
참고로, 진하해수욕장은 서핑이 가능한 만큼, 일산해수욕장이나 다른 해수욕장 대비 파도가 좀 쎈 편이다. 어른이 놀기엔 재밌다. 어린 아이가 놀기엔 조금 쎌 수도 있다.
바다 외에는
통도사 (세계문화유산),
암구대반각화,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대공원 등이 있다.
그 외 뭐 여름에 가서 놀기 좋은 계곡도 엄청 많고...
울산대공원은 외부인들이 가볼만한 곳이라고 하긴 힘들고, 태화강국가정원은 가볼만 하다.
"국가정원"이라는 이름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국가가 지정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대규모의 정원이다.
우리나라에는 순천만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 딱 두 곳 있다.
봄에 꽃이 피는 계절부터, 가을까지, 태화강국가정원은 한번 가볼만하다.
낮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대나무숲을 산책하기에 좋고, 저녁이면 돗자리 피고 치맥을 하기에도 좋다.
5. 인프라
울산의 1인당 GDP는 6만 9,133달러다. 서울이 4만 9,648, 전국 꼴찌인 대구는 2만 5,492.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비롯, SK, S오일 등등 지방에서는 드물게 대기업이 밀집해 있어 개도 신용카드를 물고 다닐 지경이다.
http://www.mknews.kr/?mid=view&no=37299
부자도시 울산.
1인당 평균 소득 수준에 있어서도 대한민국 유일하게 서울에 부빌만한 소득이기도 하지만,
1인당 GDP로 따지면 더 압도적이다.
이는 각 가정의 소득 수준이 여유로움을 떠나서, 도시에 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위에서 이야기한 진하해수욕장의 뭐든지 무료! 정책도 가능할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이 정원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그 관리되고 있는 수준이 감탄이 나올 정도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는데, 울타리 하나마저도 저렴하게 대충 쓴 플라스틱 울타리 같은 건 볼 수 없다. 그 넓은 구역에 모두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2개 국가정원 중 다른 하나인 순천만 국가정원은 12,000원 입장료를 받는데,
태화강 국가정원은 무료다.
원래 이 곳도 유료화를 검토했었는데, 결국 시민을 위해 무료로 남기기로 했다고 한다.
주차장도 꽤 넓고 충분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옆의 먹자골목에는 유명한 맛집도 많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이런 대부분의 공원 등의 도시 인프라가 무료고 제공되고,
주차비도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도시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시가 여유가 있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재정이 어려운 도시에 가면, 공원이나 도로 인프라부터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도 그런 곳들이 있다.)
6. 친절한 울산 사람들.
먹고 살기가 좋아서 그런가? 울산 사람들은 대체로 살갑고 친절한 편이다.
식당에 가도 그렇다.
관광도시나 뜨내기가 많은 도시, 특히 부산 같은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친절의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부산은 훨씬 억세거나 공격적인 느낌.
서울은 세련되기는 하지만 기계적인 친절 느낌.
울산은 조금 더 지방스러운, 사람을 반가워하는 느낌?
일단 관광지나 사람 많은 동네 가서 내 돈내고 짐짝 취급 당하는 느낌은 당할 일 없다.
공공기관이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가면,
부담스러울 만큼의 친절을 느껴볼 수도 있다.
일례로 울산대교 전망대에 갔는데, 울산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사람이 너무 없는 것이다.
우리 가족 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일하시는 분들이 계속 쫓아다니시면서 사진 찍어주시고,
아이랑 놀아주시고, 울산대교에 대한 설명도 너무너무 열심히 해주시고.
하루에 수천명이 왔다 가서 사람에 치이면 아무리 친절한 사람도 기계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에 몇팀 올까말까 한 곳에 계시다보니 사람이 오니까 너무 반가운지 엄청난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이 경험은 비단 울산대교 전망대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방문했던 울산의 여러 시설에서 꽤 자주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결론
내가 20대 싱글이었다면, 울산의 삶은 좀 심심할 수도 있겠다. 공장만 많고 남자만 드글드글 하고 말이지.. 번화가나 나이트라이프라고 할만한 것도 상당히 빈약하고... 그래도 부산이 같은 생활권에 가까워서,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언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도권에 살면서 강남이나 이태원에 놀러가는 시간이나, 울산에 살면서 부산에 가는 시간이나 그게 그것일 것 같다. (대중교통을 타고 편하게 가기는 힘들다는 건 좀 단점이겠지만.)
또 아무래도 지방이다보니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인 부분은 있다.
쇼핑이야 가까운 부산에 센텀시티나 아울렛이 다 같은 생활권이라 볼 수 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식도락의 다양성의 경우 좀 아쉽긴 했다. 특히 다른 나라 cuisine 을 즐기려고 할 때는 아무래도 선택지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봤을 때,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족으로서, 울산에서의 삶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수도권 대비 저렴한 거주비용과 물가, 여유로운 환경.
특히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급 도시이면서도, 주변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모두 누리면서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즉, 웬만한 대형병원과 쇼핑, 식도락, 공원과 같은 도시 인프라를 누림과 동시에,
20분이면 서쪽으로 강원도와 같은 느낌의 태백산맥에 갈 수도 있고, (여름이면 갈 수 있는 계곡도 엄청 많고) 동쪽으로는 아름다운 동해안 바닷가에 갈 수도 있고, 관광지가 아니여서 붐비지 않는다.
경주와 부산도 40-50분이면 갈 수 있고. 갈 곳이 너무 많다.
해외에서 잠깐 살았던 기간을 제외하면,
서울촌놈으로 평생을 살다가 경험해 본 울산 지방 살이는,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인구 5천만 중 절반이 모여사는 지나친 밀집도로 인해 서울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가?
서울 밖의 사람들은 사실 얼마나 여유롭게 살고 있는지,
반대로 서울은 얼마나 여유없이 살고 있었는지.
서울 아파트가 무엇이길래, 32평 아파트를 하나를 사기 위해,
맞벌이로 매일 8시간씩 30년, 60,000시간을 들여서 평생을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10억~15억 짜리 32평짜리 아파트 하나. (그마저도 사실 성공한 중산층 이상만 가질 수 있겠지)
한강이 뭐길래 한강이 보인다는 이유로 30억, 40억 해야하는가.
평균 1시간반에 가까운, 세계 최장의 평균 통학, 통근 시간.
꽉 들어찬 지하철과 버스.
출퇴근으로 매일마다 많은 시간을 버리고, 그만큼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시간은 줄어들고.
도심 속에서 하늘 한번 제대로 못보고 일주일을 보내다가, 주말에 자연환경 한번 보고 싶어서 밖에 나가고 싶어도, 가려고 하면 막히는 차 속에서 5시간을 보내야 한다.
왜 세계에서 출산율이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되었는지, 서울의 삶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서울과 소득수준과 비슷한 울산 사람들은, 한강보다 더 아름다운 동해 바다가 보이는, 혹은 한강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뷰의 태화강을 바라보는 아파트를 갖기 위해, 서울의 1/10만 지불하면 된다. 나머지 소득은 여유로운 삶과 노후를 위해 쓰면 된다.
딱히 출퇴근의 교통체증이랄 것도 없어, 10분-20분이면 어느새 가족과 만나서 함께 온전히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주말이면 20-30분이면 어디든 주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그 삶이 얼마나 여유롭겠는가.
울산살이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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